Blue Book · TS 309, 1–20
의미와 철학의 방법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 질문을 의미 설명, 지시, 명령과 반응의 장면으로 바꾼다. 청색책의 첫 문장부터 후기 철학의 새로운 조사법이 시작된다.
Paul
TS 309, 1–2
왜 “의미란 무엇인가”라고 묻습니까?
이 질문은 대답을 얻기보다 철학적 경련이 어떻게 생기는지 보여 줍니다. 우리는 ‘책상’이라는 명사에 책상이 대응하듯 ‘의미’라는 명사에도 어떤 대상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가리킬 수 없자 의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물질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문법의 표면이 존재론을 만들어 내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나는 곧 질문을 바꿉니다. “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라고 물으면 정의, 표본, 번역, 예시, 훈련 같은 실제 장면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의미의 본질을 더 쉬운 말로 정의하는 일이 아닙니다. 추상 명사가 요구하는 대상을 찾는 대신, 그 말이 우리 삶에서 수행하는 일을 조사함으로써 문제를 땅으로 내려놓는 방법입니다.
Paul
TS 309, 1–3
의미 설명을 보면 의미를 알 수 있습니까?
길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실제 측정법을 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사전식 정의는 한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옮기고, 지시적 설명은 표본을 가리키며, 어떤 말은 사용 사례를 보여 주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보면 의미가 모든 단어에 같은 방식으로 붙은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설명이 의미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이론을 세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은 이미 일정한 기술과 상황을 전제하며, 설명이 끝난 뒤 실제로 말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철학자가 찾는 하나의 실체 대신 다양한 설명 방식과 그 성공 기준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일반 정의보다 구체적인 문법의 차이가 더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Paul
TS 309, 2–4
가리키기만 하면 뜻이 정해집니까?
연필을 가리키며 “이것은 토브다”라고 말하면 학습자는 ‘토브’를 연필, 나무, 둥근 것, 단단한 것, 하나 가운데 어느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지시는 대상을 보여 주지만 단어가 그 대상의 무엇을 분류하고 이후 어떤 문장에 들어갈지는 혼자 결정하지 못합니다. 가리키는 손가락에도 이미 언어 게임의 주변이 필요합니다.
이해를 머릿속 번역으로 설명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낯선 악기를 가리키며 ‘밴조’라고 할 때 아무 단어도 떠오르지 않아도, 이후 여러 악기 중 밴조를 정확히 고르면 우리는 그가 배웠다고 말합니다. 해석은 반드시 선택에 앞선 별도의 정신 행위가 아닙니다. 올바른 적용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후속 행동이 설명의 의미를 완성합니다.
Paul
TS 309, 4–7
명령을 이해할 때 표상이 필요합니까?
“빨간 꽃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들은 사람이 마음속 빨강 표본을 만든 뒤 꽃과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들판으로 가서 곧바로 빨간 꽃을 집습니다. 표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서 모든 이해에 숨은 표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가지 과정을 이해의 본질로 승격하면 철학적 신화가 됩니다.
“빨간 반점을 상상하라”는 명령을 생각하면 더 분명합니다. 이해를 위해 첫 번째 빨간 표상을 만들고,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두 번째 표상을 만들어 비교해야 합니까? 그런 반복은 설명하지 못하고 뒤로 미룰 뿐입니다. 어떤 때는 해석하고 어떤 때는 바로 따릅니다. 철학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가정한 내적 과정보다 실제 사례들의 차이를 보아야 합니다.
Paul
TS 309, 6–8
죽은 기호에 생명을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종이 위의 획은 죽어 있고, 생각이나 의미라는 비물질적 요소가 더해져야 문장이 살아난다고 상상합니다. 그러나 정신 이미지를 실제 그림으로 바꾸면 그림 또한 하나의 기호일 뿐이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그림에 다시 의미를 부여할 다른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설명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기호의 생명을 굳이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사용입니다. 문장은 언어 체계에 속하고, 질문·보고·명령·계산 속에서 사람들이 반응하기 때문에 의미를 가집니다. 사용은 기호 옆에 놓인 또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기호가 참여하는 활동 전체입니다. 의미를 찾되 물건을 찾듯 찾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Paul
TS 309, 8–20
철학과 심리학은 어떻게 다릅니까?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기억이나 판단에 어떤 인과 과정이 관여하는지 실험할 수 있습니다. 그 연구가 복잡한 정신 모형을 만든다고 해도 철학적 혼란이 자동으로 풀리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시간은 어떤 물질인가”라고 물을 때 필요한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실보다 이미 아는 단어들을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대한 검토입니다.
철학은 과학과 경쟁하는 빈약한 이론이 아닙니다. 비슷해 보이는 문법 때문에 서로 다른 표현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한 지점을 찾아냅니다. 뇌의 위치와 생각의 ‘위치’, 물체의 길이와 느낌의 ‘길이’가 같은 문법을 갖는지 묻는 식입니다. 현상은 눈앞에 열려 있지만, 언어의 비유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치료는 새 사실보다 비교와 재배열에서 옵니다.